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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경은 직감적으로 그것이 누구의 필체인지 알 수 있었다푸른 밤- 126
조명애 제너럴 에디터(불문학 박사)  |  sallycho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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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7.01  09:2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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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이 부재중인 공간에 우연히 들어서게 되었을 때 육안으로는 볼 수 없지만 분명하게 느껴지는 주인의 기운을 존중하여 그 어떤 물건에도 감히 손대기 않을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혜경의 아버지 김지용의 아파트는 수년 동안 혼자 살아온 아버지의 내밀한 모든 것이 고스란히 숨겨져 있는 아버지만의 공간이었다. 하지만 혜경은 이곳에 무단 침입한 것도 아니고 아버지의 허락을 받아 발을 디디게 된 이상, 보이지 않는 아버지의 시선에 압도당해 아버지의 물건들을 만져 보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

‘최소한 나는 아버지의 딸이 아닌가?’

아파트 구석구석을 천천히 살피고 난 후 마지막으로 문을 열고 들어선 서재에 혜경은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아버지의 옛 서류 가방을 바라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옅은 밤색 가죽 가방은 잠겨 있지 않았다. 그 안에 손을 집어넣자 가는 끈으로 묶여 있는 편지 봉투 뭉치가 한 웅큼 손에 잡혔다. 가만히 그것을 끄집어낸 혜경은 조심스럽게 끈을 풀로 누렇게 빛바랜 흰 봉투들의 겉봉을 하나씩 훑어 나갔다.

그 위에는 단 하나의 이름, 김지용이라는 아버지의 이름만이 검정 잉크로 적혀 있었다.

정결한 글씨체…….

혜경은 직감적으로 그것이 누구의 필체인지 알 수 있었다. 예전에 아버지가 퇴근 후 혼자 서재에 들어가서 쇼팽의 음악만을 틀어 놓고 있을 때면 자신이 느끼곤 했던 그 기묘한 느낌이 되살아났다. 아버지에 대한 불만의 감정이 그 편지를 보낸 민화영이라는 여자에 대한 분노와 함께 억누를 수 없는 힘으로 혜경의 마음속에 솟구쳐 올랐다. 그 감정의 소용돌이를 타고 애경의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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