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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해탄을 건널 사람이 필요하다
주장환 기자  |  happy@happyfreedom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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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8.12  09: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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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금을 통해 비밀특사가 막혔던 외교 관계를 튼 일은 다반사다. 우리나라에서도 1972년 7월,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이 북한에 넘어가 김일성과 회담한 적이 있다. 당시 그는 청산가리를 몸에 지니고 철조망을 넘었다. 죽기 아니면 살기 식의 각오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이론이 있지만 차치하고). 한국과 일본도 전례가 없는게 아니다. 한일국교 정상화때 김종필, 포항제철 건립 때 박태준 같은 사람이 그랬다. 이들 두 사람은 ‘제2의 이완용’ ‘매국노’란 욕을 먹을 각오로 현해탄을 건넜다.

김종필 당시 중앙정보부장은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장의 특사자격으로 일본을 비밀리에 방문하여 이케다 하야토 일본 총리를 만나 한·일 정상회담을 제안해 성사시켰다. 이듬해 말 도쿄에서 오히라 마사요시 외상과 대일 청구자금의 규모를 타결짓고 ‘김-오히라’ 메모를 교환했다. 김종필은 이 때문에 ‘대일 굴욕외교’ 장본인으로 야당과 시민단체의 공격을 받았고 외유를 떠나는 굴욕을 겪기도 했다.

박정희 대통령이 당시 일본 자민당 부총재인 오노를 만나러 가는데 아직은 애송이인 30대 중반의 박태준(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 상공담당)을 보낸 이유는 이렇다. “일본도 낡은 사람을 원치 않아. 명치유신 때 자기네가 그랬던 것처럼 신진기예를원해. 자유당, 민주당을 거쳐온 인물을 원하지 않아. 이보게. 우리 국민들은 일본과의 회담보차 싫어하지만 현실을 직시할 수 밖에 없네, 한일 국교정상화는 경제 발전의 첫 고비를 넘어서는 일이야.”<박태준 회고록 중>

얼어붙은 한일관계를 숨통을 틔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조국 전 정와대 민정 수석등 일부 정치인들 처럼 대놓고 상대를 비난하고 윽박질러야 할까? 역사는 그런 행위를 자해적이고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비밀 특사’를 보내 물밑작업을 한 다음, 양 정상이 만나 악수를 하는 것이다. 이때 제대로 된 전략가는 ‘국민의 뜻’을 내세우며 밀고 당기기를 반복해 원하는 것을 움켜쥔다. 예를 들어 “우리 국민의 반일 감정이 워낙 거세서 본의 아니게 말(행동)했다. 이해 바란다. 하지만… ”하면서 선택지를 내미는 방법이 그러하다.

영국의 외교관이자 작가인 헤럴드 니콜슨은 세상에는 두 종류의 협상가가 있다고 말했다. 바로 ‘전사 타입과 ’상점 점원‘ 타입이다. 전사는 협상을 시간을 벌고 유리한 입장에 올라서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한다. 점원은 원칙에 따라 행동하는데, 그 원칙이란 상호신뢰하에 서로의 입장을 조율하고 양측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타결책을 찾는 것이다. 외교든 사업이든 상관없이, 이러한 점원들이 흔히 부딪히는 문제는 상대방을 자신과 같은 부류의 점원이라고 가정했는데, 알고 보니 실제로는 전사를 대면하고 있는 경우다.

니콜슨은 능수능란한 전사일수록 자신의 모습을 위장하는 데 대가라고 했다. 처음에 그는 진실하고 우호적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다가 전사적 본색을 드러냈을 때는 이미 물이 엎질러진 상태다. 아베 신조 일본총리는 전사형임에 분명하다.

미국 외교안보 전문가 겸 보수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 최고경영자(CEO)인 케네스 와인스타인 소장이 최근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일 갈등을 풀기위한 방법으로 비밀 특사를 제안했다. 그는 “양국 국민의 감정만 끓어오르고 있다. 누군가는 이 상황을 관리해야 한다. 전직 미 대통령 같은 거물 인사를 일종의 비밀 특사(backdoor messenger)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전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처럼 정치권, 정보당국, 군에서 두루 존경받는 인물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베 총리같은 전사형에게는 자신이 유리하다고 믿게 만들 설득형 비밀 특사가 유용하다. 지금의 난관을 헤쳐 나가려면 ‘제2의 이완용’ ‘매국노’란 욕을 먹을 각오로 현해탄을 건널 사람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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