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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마당 > 노인영의 차 한잔, 그림 한 점
탈북 여성의 죽음과 빅토리아 시대
노인영 논설위원  |  nohproble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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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9.16  15: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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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31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 한 임대아파트에서 안타까운 주검이 발견되었어요. 탈북 여성 한 씨와 이혼한 중국인 남성 사이에서 난 여섯 살 아들이 함께 죽었습니다.

수도검침원이 요금 미납으로 단수 조처됐음에도 소식이 없는 집을 방문했다가 악취가 나서 확인되었지요. 이미 죽은 지 2개월 정도 지난 후였다고 합니다. 발견 당시 집에는 식료품이 다 떨어져 있었고, 정부로부터 받는 지원금 월 20만 원으로 생계를 이어갔습니다.

21세기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서 벌어진 일이에요. 북한에서 굶어 죽은 것과는 결이 다르죠. 고층 아파트 속에서 지독하게 단절된 한 여인이 우리 곁을 떠난 부끄러운 사건입니다.

문득 에밀리 오스본의 작품 <이름도 없고 친구도 없는(1857)>이 생각납니다. 영국의 절정기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독신 여성의 척박한 삶을 한 폭의 그림에 온전히 담았습니다.

아이와 함께 온 여성 화가가 자신의 그림을 상점 주인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인이 입은 검은 드레스는 상중인 미망인, 왼손에 움켜쥔 돈지갑은 생활이 궁핍함을 웅변하고 있습니다.

그림을 내려다보는 백발의 상점 주인은 작품을 신통치 않게 여기는 듯하죠? 그런데 그녀를 더욱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왼편 두 남자의 시선이에요. 들고 있는 맨발의 발레리나 그림과 그녀의 모습을 비교하는 듯 느끼합니다.

당시 독신 여성의 고단한 생존 현장에 매춘의 유혹이 도사리고 있는 사회를 고발한 그림입니다. 1860년 빅토리아 여왕이 구매했죠. 페미니스트 예술가로 선정된 오스본 그녀도 결혼하지 않은 채 구호 활동을 병행하다가 1925년 9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납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거대한 사회적 담론(일본 경제보복과 조국 청문회)에 묻혀 있는 탈북 모자의 아사 사건,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직접적인 도움이 어려울 수 있어요. 그러나 여성의 고통에는 사회적, 특히 남성의 공감이 가장 훌륭한 위로가 된다는 사실이라도 깊이 인식했으면 좋겠습니다.

참, 전 페미니스트가 아닙니다. 공부하다 보면 이해의 폭이 조금씩 깊어질 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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