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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마당 > 노인영의 차 한잔, 그림 한 점
영웅이기를 꿈 꾸는 이에게
노인영 논설위원  |  nohproble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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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9.24  10:4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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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너는 1810년 절친이자 후원자였던 월터 포크스 의원의 아들 호크에게 역사화의 제작 과정을 보여주면서 말합니다. “호키, 너는 2년 뒤 이걸 다시 보게 될 거야. 그땐 알프스를 넘는 한니발이라고 불리게 될 거다.” 예, <눈보라-알프스를 넘는 한니발과 그의 부대(1812)>입니다.

한니발 장군은 기원전 218년부터 기원전 202년까지 제2차 포에니 전쟁을 이끌었던 북아프리카 카르타고의 명장이에요. 로마 입장에서는 본토에서 벌인 유일한 전쟁으로 항복 직전까지 갔던 수치스러운 경험이었습니다.

당시 한니발은 코끼리를 끌고 알프스를 넘었고, 상상도 못한 로마 시민들을 혼비백산합니다. 다비드의 유명한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은 이 위대한 영웅 한니발에게 빗대 가공한 작품입니다.

그러나 터너의 그림에는 한니발이 전혀 영웅으로 묘사되어 있지 않습니다. 지평선 위 코끼리 위에 보일 듯 말듯 묘사(오른편 끝 흰색?)되었다는데 그나마 눈으로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어쩐 일일까요?
 
프랑스 ‘대륙 봉쇄령(1806년 11월 21일)’ 이전인 1802년 터너는 다비드의 화실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1800년 오스트리아 군을 격파하기 위해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의 그림을 확인했지요. 그러나 역사에 대한 인식은 다비드와 달랐습니다. 그가 집중한 것은 대자연의 위용입니다.

거대한 눈보라가 몰려 옵니다. 이 눈보라는 터너가 요크셔의 험한 날씨를 참고로 했어요. 폭풍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회오리바람을 맞으며 스케치했죠. 눈보라는 0.6cm로 물감을 두텁게 겹칠한 태양조차 삼켜버릴 듯합니다.

하물며 토착민(혹은 산적)의 습격에서 살아남은 병사의 하늘을 향한 손짓은 의미 없는 몸부림에 지나지 않지요. ‘위대한’ 영웅의 야망에 차용된 생명에 대한 간구로도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당시 터너가 생각했던 한니발의 욕망도 나폴레옹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이 그림 도록에 첨부된 터너의 시 <희망에 대한 잘못된 생각>입니다.

“여전히 장군은 앞장서, 희망을 품은 채 낮고 희미한 태양을 바라보는데 / 그것은 사양(斜陽)의 강렬한 작열 / 이탈리아의 폭풍으로 표백된 장막에 묻은 한 점 얼룩에 지나지 않는 것을”

1812년 터너의 작품이 발표된 후 잘 나가던 나폴레옹 군대 60만 명이 거짓말처럼 러시아의 겨울을 이기지 못하고 10월 18일 퇴각합니다. 그리고 그의 몰락이 본격화되죠. 군국주의를 꿈 꾸는 아베 일본 수상에게 선물하고 싶은 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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